일상이야기

아버지의 마음

금농 2024. 7. 10. 08:03


천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식은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자라며 그 사랑을 깨달을때가 오기 마련이죠...



21살...군생활을 시작하던 그 해...군에 보낸 자식이 걱정되고 염려되어 일주일이 멀다 하고



보내신 그 편지를 보며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베풀어 주신 한없는 사랑을...늦게나마 깨달아 조금씩 알아 가려고 하는 것이...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보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버지께선 지금까지도 자식들에게 힘든 얘기를 하지 않으십니다...



종갓집의 장손으로 태어나 할머니에겐 든든한 큰아들로써....형제들 사이에서는 정신적 지주인



큰형님으로써....세상사 그 많은 스트레스와 어려움들을 지금까지 혼자서...감당하시고 살아오셨습니다...



그러면서도...저희들에겐 힘든 내색 한번 하시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때면 가슴이...너무 아팠습니다...



한번씩....혼자서 지리산행을 가셨단 아버지 얘기를 어머니를 통해 들을때면...



견디기 힘든 고통들을 가슴속 깊이 묻고 잊어 버리기 위해 산행을 가셨단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한걸음.....한걸음씩....고된 발걸음을 옮기며 그 고통들을 혼자서만 감당 하셨던 것입니다...



오늘은...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산행을 함께 했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가려고....그 고통들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의 걸음 한걸음....한걸음씩을 따라 걸어 보았습니다....







군복무 시절 감동 받았던 글을 하나 소개하고 글을 맺을까 합니다...



좋은생각 2003년 1월호에서 퍼왔습니다.


-----------------------------------------------------------------------------------------


1945년 광복과 함께 임시정부 각료들이 마침내 상해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임시정부 주석직에 있던 김구 선생이 인천을 찾았고,
당시 제가 다니던 인천 내리교회에서 설교를 하셨습니다.
그때 김구 선생은 당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내가 인천 형무소에서 수감 생활을 할 때 일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감옥에 갇히던 날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식을 넣어 주셨지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하루, 이틀 날이 지나면서 보니 사식이 들어올 때마다 밥 색깔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하얀 쌀밥이고 또 다음날은 보리밥이더니
한 날은 온갖 곡식이 들어간 잡곡밥이었습니다.
이상하긴 했지만 까닭을 알 리 없는 저는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맛있게 먹었지요.

한참 뒤에야 그 밥 색깔의 사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넣어 주시던 사식은
어머니가 이 집 저 집을 다니며 구걸한 것이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당신 끼니도 제때 못 채우면서 자식이 굶지는 않을까 염려하셨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정말 한없이 울었지요.

제가 인천에 내려온 것도 그때 어머니께서 못난 자식에게 사식을 들여보내기 위해
꽁꽁 어는 겨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니셨던 그 거리를 걸어 보고 싶어서입니다.”

김구선생은 흐느끼느라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셨고,
주위 분들도 모두 울음을 터뜨려 예배당 안은 눈물 바다가 되었지요.

당시 이십 대 청년이었던 저도 참 오래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벌써 50여 년이 흘렀지만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라 그냥 묻어 둘 수 없어 이렇게 글을 드립니다.


-----------------------------------------------------------------------------------------











혼자서 그 많은 고통을 감당하실려고 힘들게 걸으셨던 아버지의 그 발걸음들....



.............................................



오늘은...저도 걸어 보고 싶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걸으셨던 지리산의 발걸음들을.....



 
 26 Comments
봄이  2006.10.23 20:26  
콧등이 찡해집니다... 배낭을 매고 오르시는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만듭니다...
유님  2006.10.23 20:44  
따뜻한 가족애에 숙연해집니다. 산꾼님 이 글 보시고 눈가 훔치시겠습니다.
야호夜虎  2006.10.23 21:40  
기어이 눈물샘이 열립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끝이 없지요. 그걸 알기까지는 오랜시간이 지나야 하고 더구나 부모가 돌아가셔야 제대로 느껴지더군요. 그리운 아버지!!!! 아버지께서 주신 사랑 오늘도 손주 손녀에게 물려주고 있습니다. 정말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싶어 가끔씩 가슴이 울컥거립니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소리내어 울어볼 수도 없고 이렇게 이런 글을 읽으며 소리없이 눈물 지어봅니다.
장당골백곰  2006.10.23 22:59  
회장 니~~~~임~~~~~~~~~~~~~~~ 회장님은 아들을 에나로 잘 두셨습니다. 오늘밤 쐬주 한잔 들고 집에 와사 컴을 켜니 글이 있길래 무심코 읽어 봤더니... 회장님 아드님 글 이군요. 우리 새끼는 우째 키우면 저리 될 수 있을꼬~~~~~~~~ 아!!! 나이가 들면 애비의 마음을 1%라도 알려나???
공수레  2006.10.23 23:20  
오늘 그 아버지와 그 아들 때문에 콧등이 찡하고, 눈가에 이슬이 맺힐려 합니다. 그 아버지의 항상 밝은미소 내면을 그 아들이 알아 가려는 모습..... 정말 보기 좋네요.
지리산총무  2006.10.24 07:28  
너무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기에 이젠 자꾸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아버지가 자식에게 쏟는사랑을 자식은 잘모르고 살았던것 같습니다 이제 성장해서 손주자식을 당신의 무릎에 앉혀드리고 싶어도 그럴수가 없음이 마음 아플뿐 입니다
옹달샘  2006.10.24 08:29  
지금 막내가 28살이니 12년은 된가 봅니다 속상한 일로 막내만 옆에 태우고 여행을가다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올랏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이야 늘 자식걱정을 품속에 간직하고 살지만 자식은 언제나 쉽게 그 뜻과 애정을 모르죠 자신의 자식이 커질때쯤에야 비로서.....ㅎㅎ 그게 공식(?)인가 합니다.
진주아재  2006.10.24 08:32  
참으로 훌륭한 청년입니다. 부모님을 이해한다는게 쉽지만은 않았을텐대..... 정말 아버님이 부럽습니다. 훌륭한 자제분을 두신 호원 선배님 안먹어도 배부르겠습니다. 좋은 아침 입니다.
기쁜인연  2006.10.24 08:49  
지리산이라는 거울을 통해 보여준 부자지간의 마음의 대화. 두번 저의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좀처럼 표현하기 힘든 속내를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들은 아버지에게 서로의 따뜻한 가슴을 표현한 두편의 글. 가을의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대를 이은 산꾼이 [지리99]의 밝은 미래를 보여 줍니다. 강동구님~! 항상 웃음과 여유를 곁에 두시고 지금처럼 밝고 건강한 마음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훗날~! 님이 아버님께 쓴 편지. 부메랑이 되어 님의 분신에게 받을 수 있도록 기대 합니다.
천년소옹  2006.10.24 09:25  
참 올곧게 큰 자식을 두었습니다. 자식에 가장 큰 교육은 스스로 모본이 되어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이 생각납니다. 술 좀 줄여야겠습니다. 아버님 좋으시겠습니다. 허허!! 이라기에 아우 애들이 글을 다 썼나 했습니다.
知山知己  2006.10.24 09:36  
"왕대 밭에 왕대 난다"라고도 하고 "자식은 아버지 등을 보고 큰다"하고도 하지요. 산꾼(?)님을 보고 자란 아드님인지라 이렇게 반듯하게 장성했을테지만 이 세상은 그렇지 않은 자식들도 많은 터여서 더욱 기특하고 든든해 보입니다. 다음에 만나면 아드님 때문에라도 술 한잔 얻어 마셔야 겠습니다.^^
하늘문  2006.10.24 09:46  
아들은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해서..... 일곱살 때 관악산 뒷산에 그것도 야밤에 아들 혼자 약수터에 가서 약수물 받아 오게 했던일... 초등학교 일학년 때 안양 비산동 103번 종점에서 서대문 독립문에 있는 병원까지 아들 혼자 병원에 다니게 했던 일 ...ROTC 서류 넣기 전에 군대 문제 상의 했을때 아들 체력 테스트를 화엄사에서 중산리 까지 무박 종주 시켰던일.... 소위 임관식 때 참석 않했던일들이 ..... 군대 가기 전에 대기업에 취업 했을 때 면전에서 칭찬 못 했던일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가게 만드는 글 입니다 .... 호원 형님 아들 땐시... 우리 아들이 보고 싶어 지는 글 입니다 오늘 밤에는 우리 아들에게 손 전화나 한번 할랍니다 호원이 형님은 밥 안묵어 한 일주일 살겠습니다 좋은 하루를 형님 아들 때문에 즐겁게 엽니다 항상 안산 하십시요
유랑자  2006.10.24 10:40  
군대간 아들한테 일 주일이 멀다하고 편지를 쓴 부성애와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먹고 자란 아들의 글을 읽으면서 잔잔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지리산은 이렇게 가족간의 마음도 서로 느끼게 하는군요.
가객  2006.10.24 11:24  
지리다방의 오천개도 넘는 게시물 중에서 산꾼들의 심금을 이토록 울린 글도 드물었던것 같습니다. ~~~!! 행려 담에 만나면 꼭 맛있는거 한턱 쏠께요. 강선생 내외분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세영아빠  2006.10.24 11:36  
제 아이도 이리 커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갑니다. 기분 좋아지는 아침입니다. ^^
이장  2006.10.24 12:03  
한 개인에 영광이며 밝은 미래가 엿보이는군요 젊은 청년이여 부디 오래 이마음 이여가소서.........
산죽  2006.10.24 12:40  
강호원선배님의 원기왕성한 모습은 바로 이와 같은 아드님을 두시어 가능했군요 작금의 현실은 아버지가 아버지로서의 위상이나 권위를 잊는지 오래인데 참으로 휼륭한 아드님입니다 솔직히 부럽습니다. 부자간의 끈끈한 사랑 영원하소서....
眞露  2006.10.24 12:56  
산꾼님의 은은한 미소에서 풍기 듯 산꾼아들의 마음과 표정에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군요. 콧날이 시큰해 집니다...^^
뫼가람  2006.10.24 13:35  
두번이나 읽었습니다만 잔잔한 감동에 다시한번 본 글입니다. 늘 편하신 미소를 짓고계시는 [호원]형님의 복이 아닌가 합니다. 부럽기도 하고 또 배웠습니다. 중국의 수필가 주쯔칭이던가 "아버지의 뒷모습"이란 글이 다시 떠오릅니다.
반야  2006.10.24 15:16  
몇번이고 읽으면서 가슴가득 뜨거워 지는군요..... 강선생님의 가내에 늘 쿨한 나날되시길 빌어봅니다
kingkong  2006.10.24 16:14  
"종갓집의 장손" 이 한마디에 모든것이 함축되는군요 항상 너그러운 밝은 미소에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감축을 드려야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날 되십시요.. ^J^
심마니  2006.10.24 16:29  
어제는 아버지의 애틋한 자식사랑에 이어 오늘은 아드님의 가슴 뭉클한 효심의 글이 지리99를 뜨겁게 달구네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입니다. 늘 가정에 지리산 만큼이나 넉넉함이 충만하시길...
골드리지  2006.10.24 22:27  
가슴 가득 찡해오는 무엇이 있습니다. 이 글을 올린 산꾼아들님의 그 마음이 그저 그냥 새겨진 맘이 아님을 알게되는군요. 호원형님 행복하시겠습니다. 아무래도 형님 조만간 소주 한 잔 톡톡히 쏘셔야 하시겠네요^^
바바  2006.10.24 22:54  
아쭈구리... 고총각 참 괜찮은 총각이네. 호원형님은 정말 밥 안드셔도 배부르겠습니다. 형수님도. 기특한 아들입니다. 하긴 형님과 형수님이 그렇게 좋으신분들인데 아들들이 어련하시겠습니까. 함안에 인물 한 명났습니다.
하이트  2006.10.26 11:17  
산을 통하여 가족의 구심점을 찾고 가족사랑을 산이라는 그라운드에서 보내는 산꾼이야 말로 정말 산꾼인것 같습니다. 산꾼아들이 산사나이로 자라 화목하고 자상한 아버지로 또 한 그라운드를 만들겠습니다. 훈훈한 가족사랑 잘 보고 갑니다.
취운  2006.10.26 17:02  
참으로 훌륭하고 탐나는 아드님이십니다. 아버님을 이해한다는게 쉽지만은 않았을텐데...울 아들넘이 그만 미워집니다...ㅠㅠ 지리산을 매개체로해서 부자지간의 마음속의 대화....정말 호원성이 부럽습니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도기행- 2, 순천만국가정원  (0) 2024.07.30
남도기행- 1, 선암사  (0) 2024.07.30
연화봉  (1) 2024.04.20
琴農說  (1) 2023.12.12
증각대사탑 비천상  (0) 2023.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