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琴農說

금농 2023. 12. 12. 21:17

琴農說

 

                                                                                               - 짐짓 옛사람의 어투를 흉내내어

 

어느날 강호원 선배가 나에게 호를 지어 주기를 청하면서 말하기를,

나이 들어가면서 이름 부르기도 뭣하고 해서 호를 지으려 하는데, 

그대가 옛일에 좀 밝으니 하나 지어 주시게나.

울림이 좋은 것으로~~”

하였다.

나는 강호원 선배를 모른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 그의 호를 짓겠는가?

 

그는 함안에서 태어나 그곳을 떠나본 적이 없다. 

학교와 직장생활은 물론 퇴직 후에도 고향에 눌러 살며, 

고희(古稀)가까운 나이에도 지극한 효도로 노모를 모시고 사는 그는, 드물게도 옛사람에 가깝다 할 것이다.

그는 술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며, 무엇보다도 사람을 좋아한다.

또한 그는 스스로 족함을 알아 늘 그의 정신은 자유롭고 그의 삶은 유쾌하다. 

사람의 향기와 울림은 천 리를 간다 했으니,

나는 그를 모르지만 이로써 세상사람들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인연이 닿으면 만나게 되고 뜻이 통하면 벗이 되는 법. 

넓은 세상 수없이 긴 시간 중에 같은 시대, 영혼 깊숙히 사랑하는 지리산에서 만났으니

이 어찌 우연이랴? 그래서 나는 금천(琴川)가에서 농사지으며[], 거문고[]를 안고

한가하게 늙어가는, 금슬(琴瑟) 좋은 부부를 그리며, 금농(琴農)이라 지으려 한다.

 

옛사람들은 所處以號라 하여 인연 있는 곳의 지명에서 호를 많이 따왔으니

나도 그가 사는 비봉산 아래 북촌의 금천(琴川)에서 을 취하고, 

또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이라 했으니 고향에 뿌리내려 근본을 잘 지키고 있는 데에서 을 취하였다.

허리 굽혀 논밭에서 일하는 것만 농사랴? 뿌리고 거두는 일이 모두 농사라면

그의 효성과 자녀농사 행복전도,

이만하면 그를 훌륭한 농사꾼이라 일컬을 수 있지 않겠는가?

게다가 거문고의 맑은 울림처럼 주변을 즐겁게 만들고 있으니 그는 이미 금농(琴農)으로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거문고처럼 아름다운 소리로 세상과 소통하고

욕심을 적게 하여 행복한 농사꾼으로 사는 모습을 오래도록 보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이에 琴農說을 쓴다.

 

2014년 늦가을, 후배 이재구 

 
 47 Comments
강호원  2014.11.20 08:47  
이재구 님은 지리99의 한학자이신 [엉겅퀴]님입니다.
 
몇 년 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차일피일하다가 큰 맘 먹고 부탁을 드렸더니
이렿게 좋은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너무 과찬을 해 쑥쓰럽고, 황송하기도 하고 고맙습니다.
호는 제가 쓰기도 하지만 주위에서 불러주어야 좋겠지요?
 
어제 무를 뽑은 텃밭에 아침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는데.........
참, 가슴이 따뜻해지는 아침입니다.
엉겅퀴 이선생 덕분에.
엉겅퀴  2014.11.21 09:26  


한학자는 무신..? 저도 많이 쑥쓰러운데 형님께서 마음에 든다 하시니 다행입니다.사실 저는 호를 지어본 적도 없고, 호에 관한 글도 써본 적이 없어 떨리는 마음으로 호를 짓고 금농설(說) 초고를 써서 손좀 보시라고 형님께 보여드렸더니 바로 공표하는 바람에 이후 (형님 말씀 빠뜨린 것도 생각나고 하여) 두어번 수정을 가하게 되었습니다. 형님의 인간적인 면에 비추어 오히려 제 글이 미진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술도 조금 아껴서 오래도록 드시고 많은 분들과 좋은 만남 이어가기를 빕니다^*^.
山용호  2014.11.20 08:59  
저도
덩당아
가슴이 따스해 지는 아침입니다.
좋은 호에
두분의 선문답같은
글귀들이 또한 그러합니다.
금농선생님...이참에 금농정이라는 정자도 하나 만드시죠.....
금농정에 둘러앉아 세상이야기 나누는것도 풍류가 아닐런지요..ㅎ
강호원  2014.11.21 08:25  
용호야 잘 있재?바람 맛 고운 삼천포도.언제 회묵으러 가야 될 낀데....요즈음은 창원의 삼천포횟집(수야 가게)으로 자주 가니라꼬, ㅎㅎㅎ고맙습니다.
강호원  2014.11.20 09:07  
참, 호 턱은 어떻게 내죠?
두류산인  2014.11.20 09:18  
진양강씨에 고을 원님의 농자지대본의
琴農  참 좋은 호입니다.
 
琴은 율려성(律呂聲) 입니다. 혹 정자를 지어시면 이름은 율려성으로 강추드립니다.
거문고의 12가락은 12支(자축 ~ 술해)에 맞춰
律 6音 (黃鐘, 太簇, 姑洗, 蕤賓, 夷則, 無射)
呂 6音 (大呂, 夾鐘, 仲呂, 林鐘, 南呂, 應鐘) 입니다.
 
여유로운 자연인으로  得壽는 이미 얻었고
中壽(100)에 이르고
運이 따르면 上壽(120)까지 금농의 호가 펼치시길 바랍니다.
강호원  2014.11.21 08:27  
두류산인 님, 잘 계시죠?뵌 지가 까마득합니다.내년 초, 수도권 모임에 갈 수 있을랑가.......율려성이 뭔지 모르지만 고맙습니다.상수의 축원도 감사합니다.
두류산인  2014.11.21 09:11  

무현금(無絃琴)
 
도연맹이 달밤에 무현금으로 북창청풍창화(北窓淸風暢和)를 읊었다는 유래가
율려성입니다.
다우  2014.11.20 10:03  
`금농`이란 좋은 호로
새롭게 태어나심을 축하드립니다
조만간 축하주라도 나눠야겠습니다
강호원  2014.11.21 08:29  
새롭게 태어난 기분입니다.
예부터 어릴 때는 자로, 커서는 호로 불렀다죠?

다우는 아주 멋진 호니까 계속 사용하실 터이고.......
신마산 통술집에서 소주& 맥주 한 잔 하입시다
강호원  2014.11.21 08:30  
야호도 좋은 호입니다.
근디 범띠도 아님시롱 와 야호로 지으신 겨어????

고맙습니다.
에스테야  2014.11.20 14:17  
금농선생님과 엉겅퀴형 두 분의 친교가 멋지십니다.
형님께는 축하 드리고,
엉겅퀴형의 재주에는 감탄입니다.
강호원  2014.11.21 08:31  
최근에 수야 가게에 몇 번 갔는데 정원장님은 술도 좋아하지 않고 공사간 바쁘신 몸이라기별을 안 했습니다.다음 주 월요일도 갑니다.축하 고맙습니다.
꼭대  2014.11.20 16:32  


<금농>형님! 감축드립니다.그러고보니 이제는 빼도박도 못하게 뒷골목 Number Three 같은 [꼭대]가 새삼 쭈글렁스럽습니다만,진작에 <엉겅퀴>님 같은 귀인을 만나지 못한 것을 한탄할 뿐입니다.
강호원  2014.11.21 08:34  



꼭대는 넘버쓰리가 아니고 중간보스 같은데요, ㅋㅋㅋ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개명도 고려해 보심이 어떨는지요?단, 지리99에는 말씀대로 빼도박도 못하겠지만서도 다른 데는 근사한 호를 쓰시지요.고맙습니다.
裵在吉  2014.11.20 17:12  
형님  &quot;호&quot; 받으심을  축하드립니다 ᆞᆞᆞᆞᆞ
형님이  금농이면ᆞ저는 은농을  고민해 봐야 하겠네요~ ~
강호원  2014.11.21 08:38  
사부님, 고맙습니다.근데 금,은 하는 금이 아니고 거문고 금이니까 참고하세요.숨을 隱(은)을 써도 되겠네
두류산인  2014.11.21 09:01  
蒑(풀빛빛날은) 農
재길님 참고하세요..
해영  2014.11.20 17:37  
금농형님 저도 감축드리옵니다.
인터넷 문화가 익숙치 않은 저 까지만 해도 닉에 님이란 접미사를 붙여 불으는 것이 무착 어색합니다.
예전에도 지리99에 통칭에 대한 저의 원칙을 썰 풀었는데.
1962년 생인 저의 기준으로 남자 선배는 59년생까지 형 58년 이하는 형님.
금농형님 같이 한바퀴 돈 12살 위쪽의 분들께는 선생님이나 높일수 있는 극존칭을 사용합니다.
여성 선배분들은 무조건 누나입니다.~~간혹 까칠한 분한테는 누님이라 불러 드리기도 하고...
 
지리99의 위쪽의 연장자시며 호적계장.지리99의 최다작의 필진....으로 성함이 많이 불리워지는
큰형님께 이름을 올리는 것이 죄송?스러웠는데 좋은 일이 일었습니다.
금농 ~~ 뜻 만큼 형님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십니다.
 
재구형~~꼭대형님도 멋진 號 하나 지어주시죠.
혹 대외적 지리99를 앞세울 때 나이가 환갑을 바라 보시는 양반한테 꼭~~대...가 좀 그렇습니다. 
강호원  2014.11.21 08:40  



해영 갑장님, 고맙습니다.본 지가 오래되얏재?우째 올해는 탐구산행이 펑크가 자주 나서리....... 쩝!!!!송년모임 때는 보것재?
강호원  2014.11.21 08:42  



백산 선생님, 올해는 좋은 사진으로 지리99를 풍성하게 하여 저도 덩달아 눈이 호사를 했습니다.일종의 재능기부라 생각합니다.언제 창원에서 소주 한 잔 하입시다고맙습니다.
옥돌  2014.11.20 17:52  



금농님, 멋진 호 받으심을 축하드립니다.살아오신 여정이나 풍기는 호감까지... 잘 어울리십니다.
강호원  2014.11.21 08:43  
옥돌 님, 오랜만입니다.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센드빅  2014.11.20 18:03  



와이구 ~! 형님 이기 우짠 일입니꺼 ^^ 어지 아치게 <엉겅퀴> 성님과 잠시 잠깐 통화를 했는데 우째 이런 일이 굉장합니더 ^^ <금농> 형님 축하합니데이 ^^
강호원  2014.11.21 08:45  



센 대장님, 요즈음 숨쉬기가 좀 나아졌습니까?세월이 약인 것 같습니다.엉겅퀴 님 덕분에 호사를 합니다.고맙습니다.
수야  2014.11.20 19:17  
금농선생님의 호가 참으로 멋집니다.
부탁하여 호를 지어 주신 엉겅퀴형님의
저 글을 보며 더 멋진 감동을 받았습니다.
금농 강호원 샘.
축하 드립니다.
강호원  2014.11.21 08:47  



지리99를 통한 인연이 예사인연이 아닙니다.말씀하신대로 보배같은 엉겅퀴 님에게 호도 받고......월요일 가게 갑니다.서이서.고맙습니다.
나무아래  2014.11.20 21:09  
금농님 축하드립니다.자작하여 닉 개명을 몇번을 시도하였지만 실패했던 저로서는 한학자께서 직접 작명하시어 호를 드리니 무척 부럽습니다...^^앞으로의 산행에 무탈하시길...^^
강호원  2014.11.21 08:49  



나무아래 님, 고맙습니다.조금 쉬었다가 닉네임이라기 보다는 호를 한 번 지어보심이 어떨는지요?산에서 우연히라도 뵙기를 고대합니다.
지리산총무  2014.11.20 22:24  
금농 
들을수록  정감이어립니다  ㅎㅎ

이제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할지요
금농님  해야겟지요  ㅎㅎ
강호원  2014.11.21 10:28  
정감이 가는 이름이라니 저도 좋습니다.
금농형~~~~ 이렇게 불러주세요.
 
함안 오거든 연락하세요, 소주 한 잔 하거로.
호진이랑옥자랑  2014.11.20 22:44  
편안함과 불편함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금농님의 선택에 감축드리옵니다~~!!
정말  좋은 의미의 호입니다.
엉겅퀴님 다음부터 지리에 들때마다 금농님이 업고 다니셔야  하실겁니다.
기맥힌 호을 추서 받으심을 거듭 감축드리옵니다~~!!!
 
강호원  2014.11.21 10:30  
축해줘서 고맙습니다.
 
늙도 젊도 않은 나이에 손자 키우느라 수고많습니다.
그래도 젊은 할배, 할매라 다행입니다.
나는 고희가 넘어야 손자 안아볼랑가......꺼흐흙~~~~~ ㅎㅎㅎ
애기나리  2014.11.21 07:53  
원님께서 좋은 호를 얻으심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
해영님이 저와 동년배이신 62년생이시라니 그 또한 반가운 소식입니다.
모쪼록 지리산에서 한번쯤 뵙게 되길 소원합니다.
강호원  2014.11.21 10:35  
애기나리 님 오랜만입니다.
올해 왕성하게 올려주신 지리산 야생화 덕분에 눈이 호사를 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다던데 요즈음 그만하신지요?
 
전에 얼핏 소띠라 들었습니다만.
해영이는 그보다 한 살 아래죠. 동갑이라 안 하시고 동년배라 하신 걸 보니.......
위 댓글 다신 분 중 소띠가 에스테야, 배재길, 지리산총무, 호진이네요.
 
참, 산에서 보기 전에 다음 주 월요일 반림동 수야 가게 갑니다.
축하, 고맙습니다.
애기나리  2014.11.21 11:37  
실제 태생은 신축생 소띠이지만
생년월일은 한해 늦은 62년생으로 되어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덕분에 한해 덕을 보고 삽니다.
유랑자  2014.11.21 10:33  

금농이란 호의 의미도 좋지만 선입감이 인생 후반전이 화려해 보입니다.
좋은 호 받으심을 감축드립니다.
강호원  2014.11.21 10:39  
엉겅퀴 이선생이 대단하긴 대단합니다.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유랑자 님이 다 나와 축하도 해주시고.....
 
가끔식 올리는 지리산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내년쯤에는 작품전 하셔도 될 낀데......
 
참, 엉겅퀴 님이 유 대장과 동갑이지 싶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돼지띠죠?
 
축하도 고맙고.....
인생 후반전의 덕담도 고맙습니다.
유키  2014.11.21 11:03  
금농오빠멋진 호 갖게 되심을 감축드리옵니다.호를 언제부터 실용화하실지 궁금합니다.
강호원  2014.11.21 11:10  
1, 지리99에 글 올릴 때는 병기를 해도 될 것이고
금농 강호원. 요렇게.
사회생활 할 때는 그냥, 금노옹~~~~ 요리 불러주면 되겠고.
 
2, 지난 주 수야가게 갔다왔고 24일 도 갈 꺼인데,
유 작가는 운제 날 잡을 끼고?
수야한테는 미리 올 끼라고 예고는 해뒀고.
 
3, 축해줘서 고맙습니다.
유키  2014.11.21 11:28  
금노~~~옹헉!  발음에 유의해야겠어요 ^^*아.. 시간을 언제로 할까요. 다음 주 중에 잡아볼게요^^;;
마등자  2014.11.21 11:23  



형님을 처음 대면 할때 거부감이 전혀 없는 호탕 한 웃음과 홍길동 처럼 동과서를 번뜩이며 지리99 를 사랑 하시는 모습에서 호가 적당 합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사신것 처럼 사시면서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형님 짱 입니다 ,
강호원  2014.11.21 11:30  
마등자 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많이 불러주세요~~~~~
진주아재  2014.11.21 11:23  
금농선배님  감축드립니다.
호를  아무나 받아쓰는게  아닙니다.
 
선배님 처럼  훌륭하시고  학문이 넒어야  가능한것인데
우리로서는  부럽기만 하네요.........^^
강호원  2014.11.21 11:40  
과찬의 말씀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지리비박 200회 달성,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체력관리 잘 하셔서 300회 500회의 기쁨도 같이 누리는 영광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고맙습니다.
모모9830  2014.11.21 14:01  
금농선생님!!!
어제 전화 드리니 얼른 지리구구 들어가서 댓글 달아라 하시더니,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겼군요!.
월요일에 수야님 곁에서 축하주 올리겠습니다.
이제는 선배님 아니라 금농선생님이라 부르겠습니더..ㅋㅋ
금농할배!!!
강호원  2014.11.23 19:18  
축하 고맙습니다, 모모 님.호를 지은께 선배에서 선생님, 나아가 할배로 바뀌는군요, ㅋㅋㅋ내일 저녁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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