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 필봉
2, 언제: 2,023.1. 21.(토, 쾌청)
3, 누구와: 혼자서
4, 코스: 동의보감촌- 여우재- 필봉- 삼거리- 임도-동의보감촌(약 6.7km)
5, 소요시간: 3시간 50분
6, 시간대 별 구간
08: 33.- 본디올 주차장
09: 14.- 등로 입구
09: 59.- 여우재
10: 27.- 필봉(~ 10: 25.)
11: 08.- 삼거리
11: 41.- 임도
12: 23.- 본디올
7, 산행소묘
지난 주 건너뛰고 2주만에 산에 듭니다.
예전에 팔월 열나흗날과 섣달 그믐날에 같이 산행을 한 도반이 있었는데
세월이 가니 그것도 흐지부지 되어 오늘도 혼자서 갑니다.
세밑 한파가 위세를 떨쳐 아침 기온이 영하 9도입니다.
08: 33. 본디올 주차장에서 출발합니다.
파랗게 시린 하늘에 아침 햇살을 비껴받은 필봉이 빛납니다.
이곳에서 보는 필봉은 조금 밋밋합니다.
지지난 주 올랐던 망바위.
출렁다리는 언제 놓았죠?
본디올 주차장에서 노란색 도로까지 걸은 붉은 실선은 새 도로입니다.
숲속에 여러 새 시설을 만들었네요.
딱, 오늘을 두고 한 말입니다.
지리99 가족 여러분들도 올해 소망하시는 일들이 이루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필봉산 아래 산 속이라 늦은 아침해가 떠오릅니다.
동지가 지난 지 한달이 되었지만 오늘 일출은 여전히 7시 33분입니다.
일몰시간은 많이 늦어졌지만.
지리99에 들어오는 젊은 청년은 없겠지만,
암울한 시대에도 굴하지 말고 잘 버텨 이 글처럼 여러분의
앞날이 빛나기를 응원합니다.
중꺾마!
그러시다면 여기로 오세요~~~~~
흐르다가 강추위를 견디지 못해 껑껑 얼었습니다.
소왕산과 망바위
09: 14. 이 소류지를 벗어나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이어집니다.
만은거사 선산 김공 휘 영철지묘
한데 부인은 멀리 전북 장수군 한남면 기산리에 따로 묻혔군요.
왜 그랬을까?
아들 다섯에 손자가 열하나, 증손자가 넷,
며느리가 넷이니 아들 중 한 분은 혼자이고, 손부가 다섯이니 손자 여섯은 혼자.
어라? 또 있습니다.
딸이 여섯, 손녀가 넷, 증손녀가 여섯,
사위 넷에 외손 넷, 외손녀 넷.
와! 그야말로 대단한 복노인이 누웠습니다.
자녀가 열한 명이니 무슨 조선시대 왕겉이 본부인 외에 여러 배에서 생산하셨을까?
오름길은 응달이라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립니다.
지난 왕산 산행 때는 등산화 좀 큰 것을 신어 발은 시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얇은 경등산화를 신었더니 발이 시리네예.
몽골제 모 양말을 신어도.
그래도 바람이 없어 천만다행입니다.
핫팩으로 양손 번갈아 데워가며 진행합니다.
고도를 슬슬 높이니 나뭇가지 사이로 또 해가 떠오릅니다.
오늘 일출을 여러 번 보네요. ㅎ
09: 59. 여우재에 올랐습니다.
고개를 넘으면 향양마을로 내려가는데 거기서 올라오려면 경사가 만만찮습니다.
얼마전에 레테님이 올라왔었죠?
밧줄을 소나무에 그냥 매지 않고 보호대를 둘렀군요.
세심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필봉 오름길에 시원한 조망이 트입니다.
멀리 왼쪽 상봉, 중봉, 써리봉,
오른쪽으로 하봉을 지나 동부능선이 굽이쳐 내려옵니다.
화면 가운데에 오봉마을이 보이고 오른쪽 상단에 독바위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앞의 잘록한 곳은 고동재.
그 위가 왕등습지
10: 17. 필봉에 올랐습니다.
아래는 2,018년 제 산행기에 인용한 조용헌 선생의 글입니다.
"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살아 있을 때 공덕을 쌓고 가는 인생이다.
그러나 공덕을 쌓기는 어렵고 악업(惡業)을 쌓기는 쉽다.
댓글 달아서 남의 가슴 후벼 파는 일도 말로 쌓는 악업이고,
거래하면서 상대방에게 지나친 손해를 보게 하거나 착취하는 일도 악업이지만,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죽이고 죽는 일이야말로 큰 악업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 죽이고 죽는 악업을 쌓았는데, 이번에 박항서가 베트남에서 축구감독을 하면서
그 악업을 녹이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악업과 악연을 풀어서 녹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개인과 개인 간의 감정적 골도 해소하기가 어려운 것인데, 국가와 국가 간의 원망심은 쉽게 풀기 어려운 일이다.
박항서라는 개인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이걸 해냈다.
자기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한국과 한민족에게도 큰 공덕을 쌓았다.
자리이타(自利利他)도 이런 자리이타가 없다.
인도환생(人道還生)해서 이만큼 살고 가면 성공한 인생 아니겠는가!
2,018년 12월사진
나는 박항서의 출세를 보면서 경남 산청군 생초면의 필봉산(筆峰山)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떤 인물이 나오면 그 사람이 태어난 곳의 산세와 강물을 살펴보는 것이 취미이기 때문이다.
산청군 생초면을 지나갈 때마다 자동차에서 내려서 경호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필봉산을 한 30분씩 쳐다보곤 하였다.
이 필봉산만 보면 기분이 좋고 배가 불렀다. 남한 일대의 문필봉 가운데 넘버 3 안에 들어갈 만큼 아주 잘생긴 문필봉이다.
2,023. 1. 7. 사진
왕산과 망바위
어제까지만 해도 미세먼지로 세상이 뿌옇게 흐렸는데
오늘은 지난 왕산 산행 때의 아쉬움을 이자 쳐서 갚아주네요.
조망 참, 좋습니다.
줌으로 당겨.
써리봉 톱날이 선명하고 조개골 최상부 사태난 곳도 쌓인 눈으로 더 뚜렷합니다.
왼쪽 깃대봉에서 오른쪽 왕등습지까지 동부능선이 일직선으로 가로지릅니다.
동의보감촌
당기니 풍력발전기가 보이네요.
산청읍과 금서농공단지가 보이고
오른쪽 밤머리재 아래를 통과하는 터널이 뚫려 도로가 새로 났습니다.
뒤에 웅석봉과 십자봉.
웅석봉을 비껴 달뜨기능선이 흐릅니다.
앞의 밤머리재에서 오른쪽 도토리봉을 오르려면 장딴지 힘깨나 들어가야 합니다.
동부능선 자락에 터 잡은 마을들
광각으로 넓게
내려갈 능선 너머 멀리 황매산
경호강이 구불구불 내려갑니다.
앞의 저 봉우리 오른쪽으로 돌아갈 겁니다.
10: 25. 조망의 즐거움을 뒤로하고 내려갑니다.
미끄러지지 않게 바위에 홈을 팠네요.
고맙게도.
11: 08. 삼거리입니다.
여기에서 동의본가로 계곡을 따라 바로 내려가도 되고,
684봉 거쳐 능선길을 따라도 되지만
684봉 오른쪽을 돌아 내려갑니다.
안 가본 길이기도 하고.
감태나무.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는 나무입니다.
11: 41. 임도에 내려섰습니다.
쉬엄쉬엄 걷기에 딱 좋은 길입니다.
산청읍이 낮아졌어요.
돌 의자도 있고,
이런 쉼터도 만들어놓았네요.
다시 아침에 보았던 망바위가 보이고,
12: 23. 본디올 주차장 도착으로 오늘의 짧은 산행을 마감합니다.
읽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설날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보내시고,
좋은 산행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琴 農 姜 鎬 元 拜 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