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통영- 박경리 기념관

금농 2022. 8. 12. 17:49

 

2,022년 8월 11일 통영에 갔습니다.

 

중부지방에는 며칠간 집중호우, 아니 쏟아 붓는 폭우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는데,

남부지방은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먼저 박경리 기념관에 들렸습니다.

2,018년, 작가의 10주기 때 오고 4년 만입니다.

 





소쩍새, 뻐꾸기, 고들빼기꽃, 벌,....

모두 한 목숨인 것을

 

달 지고 해 뜨고 비 오고 바람 불고

우리 모두 함께 사는 곳

허허롭지만 따뜻하구나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

 





작가의 대표작 대하소설 토지의 도입부이죠.

 



표류도에 이어 작가 박경리를 본격적으로 알린 김약국의 딸들 중에서.

 









외동딸인 김영주는 [오적]의 시인 김지하와 혼인하였지요.

얼마전 사위도 타계하였습니다.

 













왼쪽 두 번째 분장한 인물은 조연현으로 초창기 문학잡지 [현대문학] 주간을 오래 역임하면서 평론가로

한국 현대 소설을 이끈 인물 중 한 분입니다.

 

함안이 고향으로 제 선친과 초등학교 동기로 선친을 문학의 길로 이끄신 분입니다.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갔던 부친은, 전쟁통에 돌아가시고,

남편은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 중 행방불명이 되었고 아들도 불의의 사고로 잃고, .....

작가는 젊은 시절 어머니, 딸과 함께 모녀 삼 대가 고달픈 삶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는 부모님 세상 뜨시고 나서야 불효막심한 자식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작가도 신산했던 시절 어머니를 모시고 외동딸 키우며 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던 효녀였지만 회한을 토로합니다.

 

맏이셨던 제 어머니는 팔순이 넘어 구순이 되었어도 7남매 중 막내인 제 이모님(1,944년생. 재작년에 돌아가심)

낳고 얼마 안 되어 일찍 돌아가신 당신의 어머니를 많이 그리워하셨습니다.

 

작가도 천상, 

딱 우리네 어머니 모습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늙어서도 어머니를 그리워하다가 어머니 먼저 가신 

알 수도 없고 아무도 가보지 못한 먼 저 세상으로 한 사람, 두사람,

앞서거니 뒷서거니 돌아갑니다.

 



작가의 말년을 보냈던 원주의 토지 구입비 영수증

 



육필 원고

 



중국 한나라 때 역사서 [사기]의 저자 사마천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宮刑(궁형. 고대 중국의 형벌 중의 하나로 생식기를 거세하는 형)을 당하고

극심한 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죽음보다 더 치욕적인 삶을 살면서 역사에 길이 남는 명저를 남겼습니다.

 

張三李四 필부인 우리가 그 참담했던 심정을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저도 초창기 지식산업사에서 간행한 세로 2단 짜리[토지]부터 읽었습니다.

연재물은 읽지 않아 다음 단행본 나오기를 목을 쭈욱 빼고 몇 달을 기다렸던 세월이 벌써 사십 여년 전이네요.

 













원주에 있는 작가의 집필실을 재현해놓았습니다.

 




 

1,905년 을사늑약,

1,910년 경술 국치, 일본넘의 강제 병탄으로 단군 이래 면면히 오천 년 이어오던 우리나라 역사가

암흑기로 들어섰습니다.

 




 

그 암울했던 시기, 일제 식민시대, 

 

제 아버지(1,920년생)와 어머니(1,927년생)와 동 시대를 사신 작가 박경리는,

저의 선친에게 파시, 표류도, 김약국의 딸들이라는 작품 이야기를

많이 듣고 소시쩍부터 읽어 알았습니다.

지금은 줄거리도 다 까묵었지만.

 



작가의 대표작, 

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함안댁이 나오는 것도 참 신기했습니다.

고향이 통영이고 진주고녀에 다니신 분이라 함안이 근방이니 그 많은 등장 인물 중 함안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만.

 


 









범부채

 



수련

 



수국

 



선생의 묘소로 올라갑니다.

 



팔월의 나무 배롱나무가 붉게 안내를 합니다.

 



박경리 선생의 묘소.

 

아쉽게도 떼가 잘 살지를 않네요.

4년 전보다 더 듬성한 같네요.

너무 가물어 그렇나? 토질이 그렇나?

 



묘소에서 바라본 삼덕항과 앞의 곤리도


 



기념관 옆의 사마천 시비

 

 

 

어머니 같은 위대한 한국의 대표 소설가 박경리 선생 앞에서

부부가 찰칵!

 

인간은 태어날 때 두 주먹 꽉 쥐고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두 손 다 펴고 죽습니다.

 

가진 억만금의 부도, 그 좋던 인물도, 명예도,

부질없는 한 줌의 뜬 구름이니 아무 소용없이 다 놓고 가는 겁니다.

 

生也  一片 浮雲起, (생야 일편 부운기요)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읾이요,

死也 一片 浮雲滅.(사야 일편 부운멸이니)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니...

 

이제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

부지런히 비워야겠습니다.

 

혼자서 73년, 둘이 만나서 43년!

그동안 참 많이 살았습니다.

 

 
 2 Comments
일원  12시간전  
진주여고 출신의 박경리님 기념관을 컴 앞에 앉아 잘 구경하였습니다. 이게 모두 다 금농님 덕분이지요~삼덕항에서 욕지도는 여러번 가보았는디, 박경리 선생님 묘소를 이 곳에 모신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동부인 하여 좋은 곳 나들이 하시니 부럽기만 합니다. 항상 유쾌하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고맙습니다~~~
옥국장  1시간전  
가까운데 있어도 못 가봤는데 선생님 덕분에 구경 잘 하고, 또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Various Artists-02-어메이징 그레이스.mp3
7.15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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