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낡은 주판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직장 생활 32년...제가 살아온 25년의 인생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고...
지금은 디지털 시대에 밀려서 책상서랍 조차도 허락지 않았던 주판이지만...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모습속에서 아버지의 젊은날과 지금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참을수 없는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립니다...
아버지께선 평생을 집안의 맏이로써의 책임감을 끌어안고 살아오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당하셔야 했던 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그렇지만...어린 자식들이 혹시나 집안일로 걱정할까봐...
학업에 지장될까봐 그 힘든 얘기들을 한번도....하지 않으셨습니다...
오직 당신만이...다 끌어안고 사셨고...모진 고통들을 혼자서만 감당하셨습니다...
아들인 제가...그걸 왜 몰랐겠습니까...
알고 있었지만...그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지만....감히 표현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현재 내 위치에서 꿋꿋하게 생활하는게....
아버지의 짐의 무게를 덜어 드리는 것이었으니까...
그것만이 제가 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2006년도 학사일정이 모두 끝난 12월말...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건설현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아직은 가진것이라곤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건강한 신체뿐이기에...
그렇게 겨울을 시작하였습니다...
일자리보다 일꾼이 많은 겨울의 현장은 살아남기 위한 일꾼들의 전쟁터가 됩니다...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만이 다음날 일을 나갈수가 있었습니다...
날마다 살을 애는 듯한 바람과 싸워야만 했고...장갑을 두 개씩 끼어도 손가락이
얼어서 터져버릴 것만 같은 고통을 참고 견뎌야만 했습니다...
그렇지만....참을수가 있었습니다...
감히...아버지께서 감당하셨던 그 무거웠던 짐과는 비교조차 할수없었기에...
지금 내가 느끼는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렇게 나 스스로를 채찍질 하며 겨울을 보내었습니다...
오늘은 아버지께 전하지 못한 많은 얘기를 이렇게 글로써 대신하려합니다...
당신의 아들이 이제 그 짐을 덜어드리고 대신 짊어지고 가겠다고...
아버지께서 걸어가신 그 길을 따라 걷는 아들이 되겠다고...
23 Comments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가 밤새 울었듯이 호원님은 어쩜 영혼까지 순수할것 같은 아드님을 품고 계셨네요 낡디 낡아서 하나씩 이가빠져 버린듯 허물어져 가는 주판을 보니 아드님이 하나씩 새로움을 배울때마다 주판알도 하나씩 빠져 나가서 또 다른 세상에 꼭 필요한 건장한 청년을 탄생 시켰네요 지리산을 이리저리 보름달 보다 더 환한 웃음가득한 얼굴로 누비시고 지리구구에 무안한 관심으로 뭇 답글을 구수한 사투리로 버무려 후배들에게 용기 주시고 다독여 주시던 호원님 정말 존경 스럽습니다 그런 호원님을 닮았을 아드님 역시 아버님의 마음을 헤아려 지리에 또 많은 아버님을 존경하고 따르시는 후배들에게 훌륭한 아버님을 저 무궁무진한 신비를 담고 버티고 있는 저 지리산의 산꾼 아버지의 아들임을 오래도록 기억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