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 벽소령
2, 언제: 2,024. 10. 26.(토, 대체로 맑음)
3, 누구와: 혼자서
4, 코스: 휴양림-비린내골- 우능- 작전도로- 벽소령- 소금쟁이능선- 출발지(약 7.7km)
5, 소요시간: 5시간 40분
6, 시간대 별 구간
07: 58.- 숲속산장
08: 28.- 비린내골 우측능선
09: 47.- 너덜겅
10: 07.- 작전도로
10: 05.- 벽소령
11: 05.- 헬기장(~ 11: 13.)
12: 46.- 휴양림 경내
13: 30.- 출발지
7, 산행소묘
10월 9일 산에 들고 17일만의 산행입니다.
지리99 오프라인 행사가 일년에 두 번 있는데 오월의 [산정무한]과 시월의 [청소산행]입니다.
한 십여 년 전 딱 한 번 토요일에 청소산행 행사를 세걸산 아래 세동치,에서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유일하게 참석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기독교인이라 主日聖守로 일요일 산행을 안 합니다.
산정무한은 토요일 하니까 참석하고 일요일 새벽에 귀가합니다.
그 덕에 산정무한 단체사진이 없습니다. ㅎ
내일 청소산행을 같이 못해 하루 앞에 마음이나마 같이 하고자
코스는 미리 벽소령을 선택하였습니다.
아울러 오늘은 더 늦기 전에 지리산 단풍도 보아,
중부경남팀 내일 산행에 참고하시라고 정보도 알릴 겸,
일거양득, 임도 보고 뽕도 따고,마당 쓸고 돈 줍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
07: 48. 부자암이 보이는 국가휴양림 다목적운동장 입구에서 출발합니다.
숲속산장인데 4년만에 오니 장사가 안 되는가 비었습니다.
4년 전에는 철망으로 가린 요 다리를 넘어 왔는데 나중에 뺑뺑이를 돕니다.
여기에서 임도를 따라 좌회전하여 오릅니다.
아까 철다리가 비린내골 최하류이고,
여기에서 본격적인 비린내골입니다.
며칠 전에 지리산에 비가 왔는지 계곡 물이 많습니다.
합수폭을 지나서 계곡을 버리고 서서히 능선으로 붙습니다.
서어나무인데 동종 합체 연리목입니다.
08: 28. 능선으로 올랐습니다.
지도에 능선 이름은 없지만 좌측 비린내골과 우측 망바위골(우수청골) 사이 능선이니
제가 비린내골우능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망바위골보다 비린내골이 더 기니.
늦은 아침해가 떠오릅니다.
고도 6~700은 아직 새파란 이팔청춘이고...
이 능선에 아주 큰 졸참나무가 많은데 도토리가 작아 졸참나무라 이름 붙였나 봅니다.
참나무 종류 중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는 꽃이 핀 해에
열매가 성숙하지만, 상수리나무, 굴참나무는 다음 해에 익습니다.
참나무 종류의 열매는 도토리묵을 만들고
껍질은 술통으로, 굴참나무는 굴피집으로, 코르크로 용도가 아주 다양해 참나무로 불립니다.
잎과 도토리 모양이 다 다릅니다.
기역, 니은 나무
고도 7~800은 58청춘으로 붉은 물이 희끗희끗 보입니다.
고도 900을 지나니 본격적인 단풍이 시작됩니다.
4년 전에는 고도 7~800정도에서 단풍이 시작되더니 조금 늦어졌습니다.
여름철 더위가 오래 지속 된 결과입니다.
고도 1,100을 넘으니 단풍도 슬그머니 사라지고 잎도 떨궈 상노인으로 변신 중입니다.
대신,
09: 40. 녀덜겅이 시작됩니다.
굵은 가지에 따로 떨어져 있는 대간 형님 표지기를 끌러, 펴서
천연송님과 나란히 매달았습니다. 덜 심심하시라꼬. ㅎ
이 표지기가 있는 곳이 너덜덩 끝 지점인데 암봉을 우회하여 오른쪽으로 조금 꺾어 오릅니다.
10: 07. 작전도로로 올라섰습니다.
자, 여기에서 갈등을 합니다.
위 트랙은 2,020년 10월 26일, 딱 4년전에 걸었던 길입니다.
그때는 바로 헬기장으로 작전도로를 따라 이동하여 소금쟁이능선으로 하산하였습니다.
오늘은 벽소령을 밟기로 해 작전을 바꿉니다.
왼쪽으로 이동하여 표지목 01- 31, 바른재 직전의 옛 벽소령까지 진행했다가 되돌아오는 방법과
오른쪽으로 헬기장 지나서 벽소령으로 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는 것
두 가지 중 선택해야 하는데,
그만 꾀가 생깁니다
중간에서 능선을 째고 넘자!.
해서 요렇게 진행하였습니다.
묵은 작전도로를 조금 진행하다가
왼쪽으로 무작정 치고 오릅니다.
당연히 길은 엄꼬, 사면으로 정규등로를 바라고 이동합니다.
모르긴 해도 일흔 중반 이 나이에 이리 넘은 사람이 압록강 이남에서 몇이나 될꼬? ㅋㅋㅋ
능선을 넘으니 조망이 트입니다
앞의 오토바이능선과 다음에 지네능선, 오른쪽에 범왕능선과 황장산,
섬진강 건너 왼쪽 억불봉부터 가운데 백운산, 한재, 또아리봉, 도솔봉, ....
백운산 연봉이 흐릅니다.
높은 구름이 조금 있어도 멋진 조망입니다.
덕평능선 뒤로 남부능선이 길게 내려갑니다.
주능선이라 종주꾼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덕분에 인사한다고 입에 친 거미줄이 벗겨집니다.
전부 성삼재에서 천왕봉을 바라고 걷는데 저만 역으로 걷네요.
지리고들빼기
덕평봉과 까마귀
벽소령대피소가 가까워졌습니다.
10: 45. 대피소 앞마당에 산꾼들이 쉬고 있습니다.
내일 지리99에서 청소산행도 하고 고 산유화 이영숙님 추모행사도 갖는다고 합니다.
산유화 세상 뜨고 제가 추모의 글을 올렸지만 오늘 산행 내내 생각을 하면서 걸었습니다.
아래 시인의 시처럼 사람은 누구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다 사라지지만
지리산을 그 누구보다 더 사랑하고 산에 대한 욕심이 넘쳤던 유화 동생의
지리산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고통 없는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빕니다.
벽소령 내음
막걸리 한 사발 부침개 한 장 사먹고
남쪽 아래 골짜기 내려다본다
그 사람 내음이 뭉클 올라온다.
가슴 뜨거운 젊음을 이끌었던
그 사람의 내음
쫓기며 부대끼며 외로웠던 사람이
이 등성이를 넘나들어 빗점골
죽음과 맞닥뜨려 쓰러져서
그가 입맞추던 그 풀내음이 올라온다.
덕평봉 형제봉 세석고원
벽소령 고개까지
온통 그 사람의 내음 철쭉으로 벙글어
견디고 이울다가
내 이토록 숨막힌 사랑 땅에 떨어짐이여
사람은 누구나 다 사라지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나씩 떨어지지만
무엇을 그리워하여 쓰러지는 일 아름답구나!
그 사람 가던 길 내음 맡으며
나 또한 가는 길 힘이 붙는다.
- 이 성 부 -
몇 번 소개한 2,012년 타계한 지리산 시인 이성부님의 시입니다.
위 시는 대성골, 빗점골 등 지리산 자락에 은거하다 죽은 빨치산들의 애환을 적은 것입니다.
90년대 중반까지 의신마을에서 올라와 벽소령에서 막걸리, 부침개를 팔았습니다.
지리산 지명 중 煙霞(연기 연, 놀 하)와 碧宵(푸를 벽, 밤 소)를 좋아합니다.
마천 음정에서 올라온 작전도로는 바른재 조금 앞 표지목 01-31에서 크게 꺾어,
조금 전 제가 걸어 온 길로 이곳 대피소에서 다시 비스듬히 오리정골 상부로 내려가다가
오토바이능선 쪽으로 붙어 옛 덕평마을에서 다시 꺾어 오리정골 위로 진행하다가 옛 빗점마을에서 화개 삼정마을로
이어집니다.
함양 마천 삼정에서 하동 화개 삼정마을을 잇는 군사도로가 이른바 지리산작전도로입니다.
1.21 새태는 1,968년 1월 21일 김신조의 북한 124군부대 소속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려고 침투한 사건인데
그 후 이 작전도로를 건설하고 공수부대가 주둔했습니다.
정작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오늘 부하의 총에 세상을 마감했습니다.
제 지리산 입산이 1,970년 10월 중산리- 화엄사 종주산행이었는데
그때 중산리, 벽소령, 노고단에 부대가 근무했습니다.
여기 벽소령 지날 때 권총 사격 소리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
까마득한 54년 전 일이네요.
흐르는 세월이 무상합니다.
내려갑니다.
凹(오목할 요)
凸(볼록할 철)
11: 05. 헬기장입니다.
잠시 쉬면서 요기를 하고,
11: 23. 이제 본격적인 하산길입니다.
산죽이 말라 죽었습니다.
걷기가 좀 수월해졌습니다.
소금쟁이능선
화개장에서 신흥마을 ,연동골을 따라 가면 화개재를 넘어 뱀사골, 반선으로 내려가는데,
한편, 화개장에서 신흥마을 거쳐, 의신마을을 지나고 삼정마을에서 오리정골을 따라 벽소령을 넘으면
이 소금쟁이능선을 따라 음정, 마천면으로 내려갑니다.
그 옛날 소금장수가 무거운 등짐 지고 이 능선길을 오르내렸던 애환 서린 길입니다.
산부추가 아직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합니다.
멀리 삼봉산과 법화산, 그 앞으로 등구재와 백운산이 조망됩니다.
능선 중간에 딱 한 곳 조망처입니다.
오공산능선 뒤로 연하봉, 장터목, 제석봉, 상봉, 중봉, 하봉이 빼꼼 보입니다.
앞의 나무가 4년 전보다 많이 커 조망이 가렸습니다.
이 능선도 올라온 능선과 단풍이 어금버금 자태를 뽐냅니다.
아침보다 광량이 많아지니 오히려 색감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니.....
異種(이종) 연리목
고도를 800 아래로 낮추니 다시 28청춘입니다. ㅎ
12: 46. 휴양림 경내로 내려섰습니다.
망바위골 입구입니다.
한데 막판에 잠시 헛갈려 헛품을 제법 팝니다.
노란색 임도가 왼쪽으로 내를 건너는 다리가 있는데
좌회전하기 전에 청색 실선으로 직진하면 아침의 그 철교로 진행할 수 있는데
그곳에 창고가 있어 무심코 매표소까지 갔다가 둘러보아도 내를 다시 건널 재주가 없어 되돌아 올라옵니다.
한 참 위까지 올랐다가 다시 임도를 따라 우회하여 걷습니다.
綠과 赤
꽃향유도 오래 버티네요
아침 기온이 5도던데.
다시 비린내골을 만나고,
13: 30. 쑥부쟁이 꿋꿋하게 핀 숲속산장 앞에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감합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아름다운 계절에 좋은 산행 많이 하십시오.
읽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琴 農 姜 鎬 元 拜 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