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 왕등습지
2, 언제: 2,022. 12. 3.(토, 맑음)
3, 누구와: 혼자서
4, 코스: 오봉마을- 고동재- 왕등습지- 외고개- 오봉마을(약 8km)
5 소요시간: 3시간 58분
6, 시간대 별 구간
08: 08.- 오봉마을
09: 00.- 고동재
10: 33.- 왕등습지
11: 04.- 외고개
11: 27.- 임도
12: 06.- 오봉마을
7, 산행소묘
이런 저런 일로 2주 연속 쉬고 오랜만에 지리에 듭니다.
그동안 계절은 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올 해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달입니다.
나이 들면 세월은 더 빠르게 느껴집니다.
저에게는 세월이 시속 73km로 달려갑니다.
아침이 열리는 오봉마을 조금 아래 오봉3교에서
08: 08. 출발합니다.
수철마을로 넘어가는 임도를 따릅니다.
임도는 고도 550 내외를 유지하면서 동부능선 자락을 감돌아 나갑니다.
아침 햇살이 내려오는 500고지에 앉은 오봉마을이 평화롭습니다.
마을 뒤 소나무밭을 지나 베틀재로 오르는 등로가 있습니다.
오르는 임도를 뒤돌아 보면 왼쪽 새봉과 오른쪽 상내봉삼거리 사이 가운데에 사립재가 보입니다.
길을 돌아가니 먼저 왕산이 나타납니다.
겨울철 산방기간에 자주 찾는 산이지요.
정상 앞 아래쪽에 가락국 마지막 왕인 구형왕릉이 있습니다.
함양과 산청의 고만고만한 산군이 경호강을 앞에 두고 병풍을 쳤습니다.
왼쪽 법화산과 오른쪽 멀리 황매산
유키님이 소시쩍에 자주 놀러왔던 오봉골 건너 산청, 함양 군계능선상의 636봉.
저기서 오른쪽 지능선을 따라 내리면 산청. 함양사건 추모공원에 닿습니다.
조금 더 진행하니 왕산 오른쪽으로 필봉도 나타납니다.
예부터 붓처럼 생긴 문필봉 자락에는 인물이 많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지요.
09: 00. 고동재 조금 못미친 임도 삼거리에서 왕등습지 오르는 산길이 있는데,
삼거리까지 안 가고 옆으로 붙었습니다.
임도 오른쪽으로 오르면 곧 고동재가 나오고, 수철리로 내려갑니다.
고동재에서 능선을 따라 가면 바람재, 왕산으로 이어집니다.
왼쪽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가현마을로 갑니다.
보통 왕등습지를 가려면 오봉마을에서 외고개- 습지가 가까운데 지금 오르는 길을 하산 코스로 잡았을 때,
바짝 마른 낙엽에 엉덩방아 찧기 일수라 오늘은 역으로 코스를 잡았습니다.
늙은이 엉덩이 깨면 부끄러우니까. ㅎ
아, 그리고 왕등습지만 보려면 외곡마을에서 오르는 게 최단코스이지요.
둥근 쇠판인데 무슨 용도이죠?
야간산행 때 반사용인가?
딱 하나만 보이던데.
괜히 씰데없이 나무에 못을 박았네......
늦은 아침해가 떠오릅니다.
이 양반도 지리산 변방에 표지기가 심심찮게 붙어있습니다.
막걸리 마시고 빈 병도 표지기 삼아.
광주의 산천나그네님도 구석 구석 안 다닌 데가 없습니다.
고도가 900을 넘으니 바람이 거세게 불어 다시 모자도 쓰고 안면도 가립니다.
습지 삼거리에서 왼쪽, 습지 상단으로 바로 내려가면 조망을 못 보아
오른쪽으로 돌아나갑니다.
곧 나타나는 새봉의 위용이 대단합니다.
오른쪽으로 사립재와 상내봉삼거리.
왼쪽 멀리 중봉, 상봉, 써리봉.
중봉에서 왼쪽으로 내리면 써리봉, 치밭목, 새재마을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하봉 거쳐 태극능선이 길게 굽이져 흐릅니다.
줌으로 조금 당기니 써리봉 톱날이 선명하고 중봉 오른쪽 아래에 조개골 최상부 사태난 곳이 보입니다.
10: 33. 습지에 도착했습니다.
올해 워낙 가물어 습지는 거의 말랐습니다.
겨울이라 볼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습지라 나무데크 오른쪽 아래 외곡마을로 내려가는 길 옆으로 물길이 보입니다.
습지를 뒤로 하고 동부능선길을 걷습니다.
고도를 서서히 내리며 낙엽 깔린 푹신한 길이 이어집니다.
11: 04. 외고개입니다.
능선을 더 진행하면 새재, 새봉, 쑥밭재, 하봉으로 가고,
새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리면 사립재, 상내봉삼거리로 이어집니다.
외고개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외곡습지 거쳐 외곡마을로 떨어집니다.
고개에서 저 나무 표지가 있는 오른쪽으로 내려갑니다.
임도까지 550미터 정도 짧은 거리지만 길이 묵어 그냥 대충 어림잡고 아래로 내려갑니다.
출입금지 기간은 공원 관리공단 편의대로 자꾸 늘어집니다.
11: 27. 임도에 떨어졌습니다.
요 공터 바로 아래입니다.
길따라 조금 더 위로 오르면 새재로 오르는 산길이 있는데 많이 묵어,
외고개 가는 길보다 안 좋습니다.
생존을 위해 잎을 떨구는 아픔을 아랑곳하지 않은 옷을 벗은 나목들이 꿋꿋하게 겨울을 지납니다.
내년 봄을 기약하며.
가물어 적은 수량이지만 요 며칠 급강하한 기온으로 얼음도 보이고......
베틀재에서 오봉마을로 내려오는 능선이 보이면 이제 거의 다 내려왔습니다.
주인장이 까치밥으로 남겨 놓은 감은 얼었고,
먹을 까치나 까마귀가 보이지 않으니 감도 아직 남아있네요.
오봉골 맨 위에 자리잡은 농가 마당 가에는겨울 땔감을 가지런히 쌓았습니다.
짧은 동짓달 햇볕에 장독들이 빛납니다.
기운 해 덕에 롱다리도 되고.....
올해 함안에도 감이 풍년이던데 산청, 함양도 마찬가진가 봅니다.
주인장이 세상을 뜨셨는가? 입원을 하셨는가?
일손이 없어 따지 못한 감이 그대로 홍시가 되어 얼고 있습니다.
참, 나훈아의 홍시 노랫말에 [홍시가 열리면.....]하던데,
우리 어릴 적에 감은 서리 내리면 따다가 곶감을 깎든지, 독에 넣어 홍시를 만들어 먹든지 하였습니다.
이 감나무 보니까 제대로 홍시가 열렸네요. ㅋ
다시 한낮의 햇살에 아침보다 더 밝아진 오봉마을이 보이고,
12: 06. 오봉3교 도착으로 오늘의 짧은 산행을 마감합니다.
왼쪽바위가 [지은대]입니까?
겨울이 깊어갑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해놓은 것 없이 속절없이 세월만 감을 한탄합니다.
이제 서서히 인생을 정리할 나이인데 또 한 살 더 먹을 생각을 하니 괜히 마음만 바쁩니다.
"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 시편 90편 -
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가지 말라고 해도 산에 가실 꾼들은 좋은 산행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손발이 시린 저는 한겨울에 우짤랑가 모르지만,
일정이 있어 또 두 주 지리산행 쉽니다.
읽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琴 農 姜 鎬 元 拜 上
올랐던 적이 있군요.
하주님이 제일 접근하기 어려운 곳인데.ㅎ
지리 변방을 십년 가까이 걷는 저라,
산자락에 기대 사는 주민들의 삶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나이 묵어가며 치열함을 벗어나 순리대로 적응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겠지요.
이리 사나, 저리 죽으나 삶과 죽음은 거기서 거기입니다.
제가 평소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인생 별 기 있나, 전세 아니모 월세지 머!
그렇거 인생 백 년은 쏜살같이 흘러가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저 세상으로 다 갑니다.
지금 지구상 인구가 60억인가 모리지만,
백 년 후에는 지금 지금 사람 대부분이 죽고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웅다웅하며 살아봐야 다 부처님 손바닥 안의
인생이지요.
우리가 겸허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한 잉간들이 많으니
쯧쯧쯧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