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 왕등재
2, 언제: 2,023. 8. 12.(토, 대체로 맑고 무더움)
3, 누구와: 혼자서
4, 코스: 유평마을- 912봉능선- 동부능선- 왕등재- 습지- 암자터- 외곡마을- 유평(약 9. 5km)
5, 소요시간: 6시간 4분
6, 시간대 별 구간
07: 58.- 유평마을
08: 10.- 농장
09: 12.- 동부능선
10: 06.- 왕등재
11: 35.- 1,048봉
11: 51.- 왕등습지
12: 18.- 암자터
12: 55.- 외곡마을 끝집
13: 34.- 삼거리마을
14: 02.- 유평
7, 산행소묘
7월 1일 깃대봉 산행 후 무려 다섯 주를 쉬고 한 달 반만에 산에 듭니다.
2,013년 반야봉 아래에서 손을 크게 다쳐 한 달간 입원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오래 쉰 적은 없었습니다.
그동안 일정을 보니 각종 모임, 대회, 비 등이 줄지어 있었네요. ㅎ
전에는 여러 일정을 무시하고 산에 들었는데 이제 나이가 묵으니 그동안 소홀했던
모임도 슬슬 챙기고 죽기 전에 친구들도 한 번 더 봐야되고.......
당초 계획은 대원사 앞 내를 건너 우량계에서 깃대봉으로 올라 왕등재까지 진행하여
왕등재골로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물을 보니 태풍 카툰이 내린 비로 계곡을 건넌다는 것은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해서 계획을 수정합니다.
왕등재골을 올라 왕등재- 습지- 외곡으로 내리기로.
옛날 가랑잎분교 앞 계곡을 건넙니다.
물이 많이 불었죠?
태풍이 상륙하던 날은 엄청났을 겁니다.
오래전 이 대원사계곡에 집중호우가 내려 희생자가 많이 났습니다.
덕천강을 따라 진양호까지 사람이 떠내려 갔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집중호우에 마을 회관이 밀려든 토사와 돌덩이에 쑥대밭이 되었었지요.
손톱에 물들일 사람 없습니까?
사과밭 조금 못 미쳐 농가에서 길을 막습니다.
주인에게 이 길 몇 번이나 오르고, 또 내려왔다고 해도 철조망을 쳐 못 간다고 하네요.
그러고보니 얼마전 [레테]님 산행기에 길을 막았다고 한 것이 생각납니다.
뻔히 보고 있는데 진행할 수도 엄꼬,
조금 내려와 912봉 능선을 잡고 오릅니다. 2차 수정!
길은 있는 듯이 없는 듯이 이어집니다.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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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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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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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젊을 때는 꿈(이상)을 크게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나이 들고 보니 그 또한 한낱 꿈이었을 뿐입니다.
전에 용무림산 부근에서 돋보기를 보았는데,
여기 사람이 다니지 않는 묵은 길인데 또 보네요.
아마 동네 주민이 일하다가 걸어 놓은 것인가?
한단지몽
당나라 현종(玄宗) 때의 일이다.
그는 산동(山東)에 사는데, 아무리 애를 써봐도 가난을 면치 못하고 산다며 신세한탄을 하고는 졸기 시작했다.
여옹이 보따리 속에서 양쪽으로 구멍이 뚫린 도자기 베개를 꺼내 주자 노생은 그것을 베고 잠이 들었다.
노생이 꿈 속에서 점점 커지는 베개 구멍 속으로 들어가보니, 고래등 같은 집이 있었다. 노생은 최씨 명문가인 그집 딸과 결혼하고 과거에 급제한 뒤 벼슬길에 나아가 순조롭게 승진하여 마침내 재상이 되었다.
그 후 10년간 명재상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어느 날 갑자기 역적으로 몰려 잡혀가게 되었다.
노생은 포박당하며 "내 고향 산동에서 농사나 지으면서 살았으면 이런 억울한 누명은 쓰지 않았을 텐데,
무엇 때문에 벼슬길에 나갔던가.
그옛날 누더기를 걸치고 한단의 거리를 거닐던 때가 그립구나."라고 말하며 자결하려 했으나, 아내와 아들들이 만류하여 그만 두었다.
다행히 사형은 면하고 변방으로 유배되었다가 수년 후 모함이었음이 밝혀져 다시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 후 노생은 모두 고관이 된 아들 다섯과 손자 열 명을 거느리고 행복하게 살다가 80세 나이로 세상을 마쳤다.
그런데 노생이 기지개를 켜며 깨어 보니 꿈이었다. 옆에는 여옹이 앉아 있었고, 주막집 주인이 메조밥을 짓고 있었는데, 아직 뜸이 들지 않았을 정도의 짧은 동안의 꿈이었다.
노생을 바라보고 있던 여옹은 "인생은 다 그런 것이라네."라고 웃으며 말했다.
노생은 한바탕 꿈으로 온갖 영욕과 부귀와 죽음까지도 다 겪게 해서 부질없는 욕망을 막아준
여옹의 가르침에 머리 숙여 감사하고 한단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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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조망이 트이니 새재 아래 새재마을이 보입니다.
왼쪽에 새봉.
蝴蝶之夢(호접지몽)
昔者莊周夢為蝴蝶,栩栩然蝴蝶也,自喻適志與!不知周也。
俄然覺,則蘧蘧然周也。
不知周之夢為蝴蝶與,蝴蝶之夢為周與?周與蝴蝶,則必有分矣。此之謂物化。
예전에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데,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나비가 진실로 기뻐 제 뜻에 맞았더라!(그래서 자기가) 장자임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깨고 보니, 곧 놀랍게도 장자였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가, 알지 못하겠구나.장자와 나비는 틀림없이 구분이 있는 것인데.
이를 일컬어 '물物이 되었다'고 한다.
09: 12. 한 시간 만에 동부능선에 올랐습니다.
태극꾼들이나 대간꾼들이 다녀 길은 뚜렷합니다.
10: 06 왕등재입니다.
뒤돌아 서 찍은 것입니다.
왼쪽으로 내리면 절골로 지막리로 이어집니다.
오른쪽이 처음 오르려고 했던 사과밭으로 내려갑니다.
993봉인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들어 조망이 없네요.
夢- 오승근
<span style="font-size: 12pt;">이제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인생이란 아득한 길 눈물이 나도 후회는 하지 않아요 쏟아지는 빗줄기처럼 내 갈 길을 막아선 운명이란 이름 앞에 흔들릴 때마다 가리라 가리라 이대로 떠나리라 인생이란 꿈이라오 지금 여기 어디 쯤인지 정신 없이 달려온 굽이굽이 길목마다 추억 많아도 뒤 돌아가지 않아요 쏟아지는 빗줄기처럼 내 갈 길을 막아선 운명이란 이름 앞에 흔들릴 때마다 가리라 가리라 이대로 떠나리라 인생이란 꿈이라오 쏟아지는 빗줄기처럼 내 갈 길을 막아선 운명이란 이름 앞에 흔들릴 때마다 가리라 가리라 이대로 떠나리라 인생이란 꿈이라오</span>
능선길 내내 며느리밥풀만 보입니다.
1,048봉. 저 봉우리 너머에 왕등습지가 있습니다.
空- 나훈아
너나 나나 모두 다 어리석다는 것을
우리 모두 얼마나 바보처럼 사는지
백 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띠리 리 띠리 띠리리 띠리리 띠리 띠리리
너나 나나 모두 다 미련하다는 것을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백 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A, 이등변삼각형.
뒤의 산 나무에 죽은 나무가 기댄 것이 아니고, 떨어져 부러져 있는데 착시 효과로
이등변삼각형이 되었습니다.
[준. 희] 이 표지기도 지리산에 많이 붙었습니다.
정상 아래에 축성 흔적이 있습니다.
人生無常- 남상규
1. 인생은 구름이냐 흘러가는 조각배냐 |
세상을 여관삼아 백년을 쉬어 가는 나그네냐 |
봄이 오면 꽃은 다시 피고 |
꽃이 피면 새가 울어도 |
바람 앞의 등불처럼 지향 없이 흐르는 |
인생 길은 허무하구나 |
2. 인생은 세월이냐 흘러가는 강물이냐 |
어데서 흘러왔다 어데로 흘러가는 부평초냐 |
천 년 만 년 변치 말자하던 |
굳은 맹서 고운 사랑도 |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빈손으로 떠나는 |
인생 길은 멀기만 하네 |
식물에 거품 덩어리가 가끔 보입디다.
무슨 현상이죠?
참취꽃
11: 51. 왕등습지입니다.
비에 수량도 풍부하고......
노루오줌을 비롯해 몇 가지 꽃이 보이는데 들어가서 살피지는 않았습니다.
[애기나리]님이라면 들어가서 식생탐구를 하였겠지요.
산객들 발걸음도 줄어들고 숲이 우거지니 예전보다 면적이 협소해 보입니다.
외곡마을로내려갑니다.
전에 내림길 초입에서 엄청시리 큰 멧돼지를 본 적이 있어 스틱을 두드리며 걷습니다.
몇 번 지났지만 못 가본 암자터를 들립니다.
너른 터에 풀이 무성한 산소가 앉았고,
뒷쪽에 축대 흔적이 보입니다.
법당이 있던 곳이겠죠?
시대가 다른 와편들이 보입니다.
기와조각들은 사진 외에도 더 많습니다.
옆에 물길도 있어 사람이 기거할 만합니다.
내려와 끝집에 사람이 있어 물어보니 그 일대가 外城으로 구형왕이 기거해던 곳이라네요.
몇 년 전에 학술조사도 했고.
하기야 왕산, 왕등재, 왕재, 등 구형왕과 관련된 얘기들이 많이 구전되어 옵니다.
12: 55. 마지막집에 내려섰습니다.
꽃을 많이 가꾸는 집입니다.
습지 보고 오느냐? 궁터는 봤느냐? 혼자서 외롭지 않으냐?
주인장과 잠시 애기를 나누고 떠납니다.
칡꽃
외고개
전에 외곡삼거리에서 외고개로 올라 새재- 새재마을- 삼거리로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언제 또 한 걸음 해야지요.
뜨거운 햇볕이 사과를 붉게 물들입니다.
산수유 열매도 실해지고.
볕은 따가운데 물소리는 청아합니다.
13: 34. 삼거리를 지나......
유평으로 내려갑니다.
마을 부근은 좁은 길에 피서객들 차량이 많아 도로가 막힙니다.
능소화가 조금 다른 종인가 봅니다.
색도 진하고.
14: 02. 유평마을 도착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합니다.
이제 다음 주 처서를 지나면 더위는 한풀 꺾이겠지요.
건강하게 여름 잘 나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琴 農 姜 鎬 元 拜 上
수야님 산행기 같이 깊이 있고 해학적이지도 않으며,
엉겅퀴 이선생의 글처럼 수준 높은 문장과도 거리가 멀고,
그저 산행 코스를 위주로 무미건조하게 씁니다.
산자락에 기대사는 농민들의 삶을 엿보면서.
서두에 계곡을 건너는 게 꿈 같은 이야기다 라고 쓰고 보니
꿈에 관한 단상들이 떠올랐지요.
우리네 백 년 인생도 醉生夢死, 草露人生이라
권력과 부귀영화에 집착하는 것도 다 부질없는 짓이고.
사진 실력은 더 늘지는 않고 그대로인데요
예쁘게 보아주셔서 그렇습니다. ㅎ
부인과 산행이 늘어가니 보기 좋습니다.
뒷모습만 감질나게 보여주지 말고 예쁜 얼굴도 좀 보입시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