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깃대봉

금농 2023. 7. 5. 07:43

1, 제목: 깃대봉

2, 언제: 2,023. 7.1.( 토, 구름 속)

3, 누구와: 혼자서

4, 코스: 평촌 보건진료소- 604봉능선- 깃대봉- 512봉능선- 상촌마을(약 7.5km)

5, 소요시간: 5시간 2분

6, 시간대 별 구간

   07: 39.- 평촌 보건진료소

   09: 56.- 삼거리 1(~ 10: 00.)

   10: 32.- 삼거리 2

   10: 43.- 깃대봉

   12: 41.- 상촌마을

7, 산행소묘

 장마전선이 잠시 남쪽으로 내려가 남부지방에 비가 오지 않는다는 예보에 집을 나섭니다.

 



07: 39. 명상교 건너 평촌 보건진료소에서 출발합니다.

토요일이라 안심놓고 주차하고.

 



진료소 앞이 죽전마을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죽전마을 뒤에 솔안골이 있는데 [소롱골]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입니다.

 





본래 백합은 흰색이 많은데 요즘 개량종이 많아 노랑, 분홍 등 색깔이 다양합니다.

희다고 白合이 아니고 일백 백, 百合입니다.

우리집에도 키 큰넘, 작은넘, 몇 종류가 핍니다.

우리말은 나리, 영어는 LIly.

 

思 友(동무생각)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동무생각은 1,922년, 한 세기 전에 발표된 이은상 시 박태준 작곡의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입니다.

청라언덕은 푸른 담쟁이가 있는 언덕으로 20세기 초 선교사들이 구입해

대구 동산 병원, 학교를 지었답니다.

 



올라야 할 능선 시작점이 보입니다.

도로 가에 심은 것은,

 



맥문동입니다.

 



평촌마을 직전에 산길로 접어듭니다.

벼가 땅내를 맡아 짙푸르게 커갑니다.

 



부지런한 농부는 벼 사이에 난 피를 뽑고 있습니다.

모름지기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요.

 



등로 오른쪽이 트이더니 마을이 보이네요.

대밭이 있어 竹田마을이라 이름했나봅니다.

 



철조망이 오름길 한참 동안 따라갑니다.

아니, 등로는 철조망 옆으로 이어집니다.

 



오를수록 구름은 짙어지고.....

 



노랑망태버섯이 엊그제 내린 비에 쑤욱 올라와 자태를 뽐냅니다.

 



이 길도 산꾼이 가끔 발걸음을 하는가?

아니면 산소 표지기인가?

 





송이가 나는지 산양삼 재배를 하는지......

외지인 발길이 그리 많지는 않을 터인데.....

 



산꾼이 맨 것은 아니지 싶은데.....

 



고도 350정도에서 길은 가팔라집니다.

등로 옆으로 토끼길, 노루길, 멧돼지길이 어지럽게 가로질러 헛갈립니다.

 



고도 450 정도에서 옆으로 뚜렷하게 난 길이 있기에 잠시 진행하였더니,

498봉 옆을 지나 대원산방 쪽으로 떨어지는 길인 것 같습니다.

앗, 뜨거라! 싶어 제 등로를 찾아 낑낑대며 오릅니다.

 





고도 550을 지나니 길은 유순해집니다.

605봉을 옆으로 지나고,

 



09: 56. 대원사 대형주차장에서 올라오는 첫 삼거리를 만납니다.

쉬지 않고 두어 시간 걸어 땀도 많이 난 터이라,

물 좀 마시고 숨 좀 고르고 진행합니다.

 



삼거리에 붙은 표지기

 



오늘 이 길은 꽃은 없고 대신 버섯만 봅니다.

 


10: 32. 두 번째 삼거리입니다.

맹세이골과 대원사 건너편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납니다.

 

십여 분 진행하면,

 



10: 43. 깃대봉에 올랐습니다.

 

출발 후 3시간 4분이 걸렸습니다.

2,019년에는 딱 세 시간 걸렸는데 어금버금이네요.

 

사실은 4년만에 제 체력이 어떻게 줄었는가 싶어 는개(안개보다 조금 굵은 비) 속을 

옷 젖고 신발 젖어가며 부지런히 올랐습니다.

중간에 잠시 옆길로 샜지만.

 

지근거리에 왕등재가 있고 더 진행하면 왕등습지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잘 모르고 왕등습지를 왕등재라고 많이 불렀는데,

지리99에서 지명 정리를 했습니다.

 

이곳도 밤머리재로 꺾이는 지점, 깃대봉이라는 엄연한 봉우리인데 호사가가 바위에 떠억하니 동왕등재로 써놓아

니도 내도 동왕등재라 불렀습니다, 예전에는.

 

전에 언급했지만 7~80년대 지리산에 마산 장수산악회(흰 표지기)와 천봉산악회 표지기가 많이 붙어있었습니다.

중간에 뜸하더니 새로이 명맥을 이어가는가 싶어 다행이고 반갑습니다.

 

조망이 없어 바로 내려섭니다.

 



五里霧中

 



깃대봉에서 내려서 이내 오른쪽 90도로 내려가는 능선을 잡습니다.

 

이 길 세번 째입니다.

처음에는 약정사 방향으로 떨어져 제실마을로 내려갔고,

512능선 끝까지 타기는 이번이 두 번째네요.

 

2,019년에 트랙을 따 지리99에 건의했는데 아직 산길지도에 반영이 안 되었습니다.

 



전에 못 보던 야생동물 포획통입니다.

밤머리재에서 지고 올랐을까?

이 부근은 헬기에서 떨어뜨릴 공간이 없어 보이고,

원통은 세네 개 붙인 것 같아서.

 

사람이 다니지 않아 중간 중간 헛갈리는 구간이 있지만 길은 예부터 주민들이 

많이 다닌 길처럼 대체로 뚜렷합니다.

유심히 살피면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는 길입니다.

지형도를 보고 512봉 능선을 고수하면.

 



떨어진 꽃만 보다가 다행이 키높이에 남은 꽃을 봅니다.

노각나무꽃

 



편안한 길도 나오고....

 

하지만 잡목에 젖은 물 때문에 배낭, 옷, 신발 다 젖었습니다.

배낭에 건 손수건은 수시로 짜면 한 홉씩 물이 나오네요.

 



달걀버섯 같은데 선글라스를 꼈네요. ㅎ

 

고도가 낮아지니 난데없이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보통 보리누름(오월 하순) 즈음에 뻐꾸기 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뜬금없이 웬 장마철에

짝을 찾는 소리지?

 



512봉 지나 신나게 내리다가 377봉 옆에서 왼쪽으로 틀어 내려갑니다.

4년 전에는 조금 더 진행하여 왼쪽으로 틀어 내렸습니다.

 

[상촌]의 상 자쯤에서 고사리밭을 만나 질러 내려갑니다.

 



다리 건너 가운데 봉우리 오른쪽 사면으로 내려와 화면 오른쪽 바깥으로 돌아 내렸습니다.

2,019년에는 왼쪽 두 전봇대 사이 밭으로 내려왔고요.

 



12: 41. 상촌마을 입구 버스 정류소 도착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합니다.

 



명상교에서 본 평촌천.

 

홍계리 지리산 자락의 물은 조금 더 흘러 내려가면 덕천강이 되어 진양호로 들어가 남강이 되고,

의령, 함안을 지나 남지 어름에서 낙동강과 합류되어 부산 다대포에서 남해바다, 태평양으로 나아갑니다.

 



아침에 땀 삘빌 흘리며 올라간 능선과 저 뒤에 깃대봉

 



왕원추리

 

대원사 조금 못 미친 맹세이골에서 깃대봉을 올라 원점회귀 할 때,

그리고 평촌에서 올라 깃대봉 찍고 내려왔을 때,

두 번 다 59번 국도를 걸어 한 바퀴 돌았는데

오늘은 상촌에서 버스 시간이 맞아 거리도 3km 정도 줄이고

시간도 절약했습니다. 

 

산꾼이 걷는 게 기본인데 시간, 거리 좀 줄였다고 기뻐해야 되겠습니까?

반성 할 일이지. ㅎ

 



장마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사이 사이 빨래할 짬에 산행도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琴  農   姜   鎬   元   拜  上

 

 

 
 20 Comments
파파  07.02 14:18  
연일 폭염에 늙다리 밖에 나 다니지 말라는 재난? 문자가 ㅠㅠㅎ        덜 가고 줄여가고 하는 현명한 행동이 돋 보입니다 ㅎㅎ나이 탓???
나도 산행 하는 시간도 거리도 줄이고 가다 힘들면 중탈도 하고 ㅋㅋ그래도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 하네요!  울동네 내나이에 산행하는 넘 한넘도 없다는
위안을 하면서 늘 즐거운 홀산을 즐기고 사진도 가득하고 음악도 싱그럽고 고맙습니다, 먼데서 깃대봉 산행 한바리 했네요!! 눈으로 맘으로~~~~~
강호원  07.02 16:00  
아이고, 파파선생님,
오랜만에 나오시니 반갑고 기쁩니다.

아직 근교산을 다니신다니 대단한 체력,
부럽고 존경합니다.

말씀대로 높이 낮추고 거리,시간도 줄이고
힘에 맞게 동화되어 갑니다.

적응 능력이 지능이다! 라고 제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후배의 보잘것없는 산행기를 어여삐 보시고
귀한 댓글 주시니 영광이고
고맙습니다.
일원  07.02 15:25  
아이고, 조망도 없고 산길은 습하여 고생이 많았으리라 짐작됩니다. 대단하십니다. 젊은이들 보다 더 힘이 넘치는 체력! 부럽습니다~~~폴 뉴먼의 "내일을 향해 쏴라" 주제곡은 언제 들어도 좋으네유,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즐산과 안산하시길 빕니다~~~고맙습니다.
강호원  07.02 16:04  
말씀대로 조망도 없고 습한 날씨에 땅안 보고 걸었습니다. ㅎ
체력이 넘치는 건 아니고 힘에 맞게 살방살방 걷습니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일원님이시라 올리며
아는 곡인 줄 짐작했지만 역시나입니다.

1,970년 개봉한 영화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
두 은행강도의 이야기이지요.
폴뉴먼, 로버트레드포드, 캐서린로스 주연으로
우리나라에도 큰 인기를 얻은 명화입니다.

주제곡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도
영화와 더불어 큰 히트를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리n보이  07.03 07:09  
노각나무꽃, 백합,  왕원추리, 망태버섯 등 여름페 피는 꽃과 버섯이
예쁩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도 지리산을 찾으셨네요
주력이 4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그 동안 많이 노력하였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더운 날씨에 산행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강호원  07.03 07:36  
이날 걸은 산길 주변에는 노각나무꽃 하나만 보았고 대신 버섯은 실컷 봤습니다.ㅎ

대신 속세에 핀 꽃들이 있어서 나그네 걸음을 멈추었지요.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의 섭리라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깃대봉에서 상촌마을까지 4년전엔 1시간 40분 걸렸었는데,
이날은 두 시간 걸렸습니다.

고맙습니다.
레테  07.03 07:30  
산길소개를 이리 정성스럽게 해주시니
언젠가 또 이 산행기를 떠올려
선생님 발걸음 따를날 있지 싶습니다.

수고하신 덕분에
한주 산에못가 아쉬운 마음을
선생님 산행기로 대신 위로 받습니다.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강호원  07.03 07:39  
낮고 짧은 코스라 레테님은 한 이십 년 후에나
한 번 걸으시기 바랍니다. ㅎ

지난 주말은 바쁘셨나봅니다.
습하고 운무 속이라 조망도 없는 날씨라
한 주 쉬기를 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유키  07.03 08:17  
내일을 향해 쏴라
한창 감수성 폭발할 적에 티브이 주말의 명환가 명화극장인가에서 보고
영화에 홀딱 반했었지요
특히 이른 아침 한쌍의 연인이 숲에서 자전거를 타는 장면에서
래인 드롭스 킵..... 주제곡이 흘러나오는데 꺄악
너무너무 좋았어요
아들도 중학생 때 이 노래를 우연히 듣고는  홀딱 반해뿌데요

금농선생님요
산길 홀로 걸을 적에 고독하지 않으신지요
고독하시다면 그 고독을 어찌 처리하시는지요

사람과도 잘 어울리시고
고독과도 친하시고
부럽습니다^^
강호원  07.03 08:32  
박선생 ,
저는 원래 내성적이었는데 군대, 직장 거치면서
어울리는 것도 늘었습니다.

지금도 영화도 혼자 잘 보고 술은 거의 혼술,
산은 나홀로가 고정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탐구팀, 전남동부팀 등과 어울려
산행했습니다만.

외로움에 길들여져 정작 산행 때는 고독을 못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山용호  07.03 08:25  
ㅎㅎ 이러다가
금농쎔
지리산에
"금농순수비"를 세우는거이 아닙니까요 ㅎㅎ
진흥왕순수비 맨치로....ㅎ
늘 안전하십시오.
강호원  07.03 09:08  
요즈음 이러는 게 아니라,
지리산 변방을 헤매고 다닌지 꽤 오래되었지요.

젊었을 적엔 높고 긴 코스를 다녔지만
이제 나이 묵어 키도 쪼그라들고 산행도 찬물에 불알 오그라들듯 작아졌습니다. ㅋ

고맙습니다.
애기나리  07.03 08:52  
어제 오후에 읽고 이제야 댓글을 답니다.
쩌어기 노랑망태버섯은 독성이 많다고 하고 대나무숲에서 자라는 흰망태버섯(진짜 이름은 망태버섯)은 식용이라고 하더군요.
말만 들었지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산행할적에 헤매고 다니느라고 아무생각이 없는데 .......
항상 안전하게 산횅하십시오.
강호원  07.03 09:15  
멋진 자태를 뽐내는 노랑망태버섯이 독이 있군요.
화려한 버섯은 독이 있다더니.

저도 산행 때 주변 살피느라 별다른 생각 없이 무념무상의 걸음입니다.
불교에서는 걷는 것도 行禪이라고 합디다.

고맙습니다.
Zza웅이azZ  07.03 20:57  
선배님
덥고 습한 날씨에 수고하셨습니다.

야생동물 포획통 제가 지난주쯤 산행기에서 본것같은데? 어제 술한잔하고 본건지 기억이 고장났네요!!벌써 이러면 안되는데!!

지난번부터 궁금했는데 보통 산에서 식사는 안하시나요? 간식이라도 뭐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ㅎ

이번주는 비소식이 있네요!!
강호원  07.04 06:12  
그날 땀깨나 흘린 날이었습니다.
포획통은 지리산 곳곳에 있습니다.

저는 혼자 산행이고 산행 시간이 짧기 때문에
과일 간식은 준비를 안 합니다.
점심은 떡 한 개 가지고 가는데 안 먹고 하산할
때가 많지요.

대신 산행 도중 사탕이나 초콜릿을 먹습니다.

고맙습니다.
황하주  07.04 15:43  
주말에 폭염 주의보가 내렸는데
산에 드셨네요 ~
요즘  폭염 주의보 아니면 비가 내리는
이상한 날이 계속 되는것 같습니다
밤머리재를 국공에서 공사를 한다고 하던데
그전에라도 한번 동부능선 가보고 싶어 지네요
강호원  07.04 16:14  
운무 속이라 습도가 높아서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한겨울은 손발이 시려 나서기가 겁나는데
여름에는 좀 낫습니다. ㅎ

평소 한여름 뙤약볕에서 테니스 운동을 한 덕인 것
같습니다.

밤머리재에 무슨 공사를 한답니까?
휴게소 같은 거?
도토리봉, 깃대봉, 왕등습지, 새봉, 하봉,
중봉까지 모두 통제구역인데.

고맙습니다.
수야  07.04 20:05  
이 코스는 안 가 본 곳인데.

트랙을 같이 올려주시면 후답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싶습니다.
이 옆 gps 탐구방에도 올려 주시면 산길 업그레이드할 때 반영되지 않을까요?

강건한 건필에 늘 대단함을 느낍니다.
강호원  07.04 20:43  
심사장님,
저는 필요 있으나 없으나 항상 제가 걸은 트랙은 올립니다.
혹시나 늙은이 걸은 길도 다른 분에게 참고가 될까싶어서리.  ㅎ

본문에 썼지만 이 길 4년전에 트랙 올릴 때도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했는데 아직 감감 무소식입니다
꼭대님은 알고 있을 터인데 워낙 바쁜 양반이시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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